내가 졸업한 대학교의 전공 수업 중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졸업한 선배들을 만나 멘토링 받는 '필드 프로젝트' 수업이 있다.
나도 졸업 전 4학년 전공 수업으로 들었고, 선배들과 문화재단 멘토님을 만나 여러 이야기를 들으며 도움을 받았던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21년도 취업 및 졸업 이후로 매년 전공 교수님 혹은 조교분이 연락주셔서 멘토 자리를 제안받았는데, 내가 도움을 받았던 만큼 도움을 주는 선배가 되고 싶었던터리 기꺼이 자원하곤 했다.
그래봤자 1년에서도 상반기 중 한 번의 온/오프라인 만남을 가져 후배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라는 취지였기 때문에 그렇게 어려운 자리는 아니었다. 게다가 코로나 시기의 수업 방식 변화 때문인지 오프라인으로 찾아오는 것도 아니라 한시간 정도 질문답변을 하고 감사합니다 하면 끝났기 때문에 더 흔쾌히 자리를 수락했던 것도 있었다.
다만 매 번 긴장되고 알 수 없었던 건 멘토링을 받는 후배들의 속마음인데, 나의 말이 그들에게 행여 안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닐까, 나의 소리가 그저 꼰대 혹은 라떼 시절의 뭣모르는 소리는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다.
어떤 이야기를 나눠야 이야기를 듣는 청자에게 좀 더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했던 고민.
그러던 중 올해 다시 한 번 멘토링 제안을 받았는데, 뭐랄까 전에 없던 책임감을 느꼈다.
사실 곧 사회생활을 시작할 4학년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휴학을 안했다면 23살, 휴학을 했더라도 25살의 어린 나이 아닌가
후배들이 이왕 나와 만나는 시간을 더 알차게 보내게끔 하고 싶었다. 아직은 막연하거나 혹은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더라도 이번 시간 이후부터는 자신의 진로에 대한 동기와 그 동기를 구체화할 회사 및 직무명을 고민하길 바랬다.
글감 준비 및 자료 작성
우선 후배들이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지, 취업/직장과 서비스기획 직무 중심으로 질문을 받았다.
그렇게 나온 글감은 1. 내 소개+나의 취업 이야기 2. 직무불문 취업준비 방법 3. 서비스기획(혹은 PM/PO)의 취업준비와 함게 마지막으로 후배들 자기소개에 대한 나의 코멘트까지
총 네 가지의 주제로 열심히 발표자료를 만들어보았다. 이게 뭐라고 퇴근하고 새벽까지 만들고 있더라
(다 완성하고보니 42p..)
취업준비 - 탐색단계부터 면접팁까지
후배님들이 이미 다 알법한, 어디서 많이 봤을 진부한 내용일 수도 있지만 나름대로의 진심을 담아서 투박하게라도 꼭 전달해보고 싶었다.
사실 정말 기본이지만 옛날 나의 취준생 초기 시절과 면접관으로 들어갔을 때 지원자들의 자기소개서들을 보면 '나'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고 일단 묻지마 지원을 한 티가 많이 나는 경우가 있다.
원래 기본이 제일 어려운거고, 기본부터 탄탄하게 해야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 퀀텀점프 한다고 하지 않는가
결국 어떤 회사라도 자기소개서든 면접이든 "왜 우리 회사에 지원했나요? 다른 사람이 아닌 당신을 뽑아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요?"를 물어보는데, 앞단에 이게 잘 정리되어 있지 않다면 흔하게 우스갯소리로 하는 "돈벌려고 지원했지, 뭐겠습니까!"가 되는거다.
지원동기와 나의 성장 및 미래 비전을 얼마나 고민해보았는가에 따라 지원자의 대답 퀄리티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서비스기획에 대하여 (추천성향/좋은점/힘든점)
이전 몇년간 IT 관련 직종이 뜨면서(개발자 붐 다음 기획자 붐), 서비스기획이나 PM/PO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실제로 내가 졸업한 학과에서도 UIUX라거나 서비스기획 관련 수업이 신설될 정도였다.
그래서 그런지 직무 자체에 대해서도 어떤 직무인지, 어떤 사람에게 맞는지를 궁금해 했는데 솔직히 어떤 직무든 안힘든거 없겠냐마는 나는 이 파트에서는 정말 꿈과 희망을 안주려고 했다.
말을 전달할 때도 실제 나의 고뇌와 좌절이 느껴지도록..ㅋㅋ
그렇지만 나는 나의 일을 사랑하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와 그에 따른 만족도를 함께 이야기 했다.
결국 어느 업계든, 어느 직무든 나에게 맞으면 좋은 직무고 맞지 않으면 나쁜 직무인 것이다.
이 부분을 이야기하면서 부디 어떤 직무에든 환상을 가지지 말고, 본인에게 잘 맞을 일을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잘 찾아보길 바랬다.
꼭 하고싶던 말
사실 과가 '콘텐츠'학과고 '기획'을 주로 배우는 전공이다보니 대학 4년+@ 내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데 이골이 난 사람들이 우리 학과 학생들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콘텐츠 기획 자체가 너무 재밌다가 취업할 때쯤 '콘텐츠 기획'이란 무엇인가 하는 고민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왜냐면 회사의 수많은 채용 공고에 콘텐츠 기획이라는 단어가 매우 많으며, 그 직무와 그 정의가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취업 준비를 시작하며 가지게 되는 이 고민을 부디 지금부터 진지하게 '직업인'으로서 본인의 길을 마주하길 바랬다.
어떻게 보면 학과 전공을 정면으로 들이받는 말일 수도 있고, 그간 교수님의 가르침을 무시하는 말이 됐을 수도 있지만 결국 그 수많은 갈래 길 속에서 나만의 '콘텐츠 기획' 정의를 내리고 어떤 산업과 어떤 직무에서 능력을 펼칠지 찾아내야 하기에 더욱 힘줘서 말했다.
기획과 콘텐츠라는 단어가 주는 달콤함에 빠져있지 않도록 하자
지금은 주어가 없다.
기획과 콘텐츠 안에 무엇을 담을지 결정하자
자기소개 및 진로 희망에 대한 코멘트
참여했던 후배들이 고맙게도 본인들 자기소개와 어떤 쪽에 관심이 있는지 작성해주었다.
아직 많이 경험하지 않았고, 몰라서겠지만 아쉬웠던 건 구체적인 분야나 직무가 없었다는 것.
그래서 한 분 한 분의 자기소개에 코멘트를 달아 이야기해주었다.
콘텐츠기획에 관심이 있다면 '어떤' 콘텐츠 분야인지, 본인의 활동을 살리고 싶다면 그 많은 활동으로 '어떤' 산업의 '어떤' 직종을 준비해볼 것인지 등등 막연한 관심과 호기심을 넘어서 좀 더 진지한 진로 고민을 할 수 있던 시간이길 바랬다.
공유를 마친 이후 추가 질문은 따로 없어 발표를 마쳤다.
발표를 다 마치고 화면 공유 중지를 눌러 시간을 보니 어느덧 1시간 30분이 경과해 있었다.
후배들 입장에서 어떻게 들렸을지 모르겠다. 그저 라떼 혹은 꼰대의 훈수 정도가 되었을까? 그저 선배 만나서 가볍게 얘기 나누고 빠르게 과제 해치우듯이 끝내기를 바랬을까?
나름의 진심과 열정을 담아 최선을 다해 전달했다. 이 진부할 수 있는 발표 자료가 그들의 마음에 부디 한자락이라도 닿았기를 바란다.
이 발표를 준비하며 나또한 나름대로 직업에 대해, 나의 생각에 대해 정리할 수 있던 시간이었다.
개인적 소회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어떤 자료를 준비해야 좀 더 유익한 시간이 될 수 있을까?
그저 라떼의 소리일까 하는 작은 소심함이 항상 나를 건든다. 후배들에게 시야를 넓게 보라고 했지만, 나도 한창 성장하는 주니어로서 좋은 인사이트를 나누고 넓게 보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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