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쩐지 울적해진채로 글을 쓴다.
지방에서 근무 중이었던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친구가 오랜만에 연락해서 서울로 올라왔다고 보자고 한다.
하필 7월 중에 화, 목 스터디에 주말 알바에 평일 운동 예약에 야근까지 겹쳐 쉽게 짬을 내지 못하다가 마침 오늘 갑자기 시간이 비게 되어 보자고 했는데, 친구가 흔쾌히 시간이 된다고 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바쁜 척 하려던게 아니라 딱 연락 온 시기가 하필 일정이 몰려있던 시기였다. 정말 미안했다.
일기예보가 심상치 않았지만 다행히 오후에는 비가 오지 않았고,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직장을 옮기게 되어 서울로 상경한 줄 알았던 친구는 약 1년 반 전에 계약직 근무가 끝나 취업 준비 상태였다.
본가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다가 지방에 계속 살고 있는게 너무 답답해서 한 번쯤 서울 살아보자, 서울에서 취업해보자 하고 올라왔던 것이었다.
전문직이나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닌 사회복지사 행정 업무를 할 수 있는 직장을 구하고 있었고, 그마저도 5월에 올라와서 친구들 만나면서 서울생활을 만끽하고 있었다.
요즘엔 매일 교회를 나가고 있다고 한다. 기도원 단식 3일 프로그램을 등록하다가 못하겠다고 차라리 집회를 나가겠다고 해서 나가게 된 교회라는데, 매일 오후 집회를 나가고 피아노 반주도 맡았다고 한다. 사실 이 부분에서 의사결정의 흐름이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종교 관련된 부분은 개인의 신앙 문제이기에 정말 왈가왈부할 수 없는 문제라 대화 중에 더 깊게 이야기해봤자 좋은 소리가 나오지 못할 것 같아 정말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나 보다 정도로 넘어갔다.
서울에 빠르게 방을 구하고 직장 다니기 전 잠깐 살기 위해 고시원 생활을 선택했다는 친구는 매일 집회를 나가며 점심을 해결하고, 취업 준비를 한다고 한다. 그런데 5월에 올라오고 나서 아직 서류를 두 군데밖에 내지 않았다고 한다. 원하는 공고가 없고 기다리는 중이라고 한다. 지금은 사회 복지사 1급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 중이고 1월 시험이라고 인강을 듣고 있다고 한다.
대화를 나누며 자꾸 머릿 속이 혼란해졌고, 내 시선으로 그 친구를 보다 보니 자꾸 자리가 불편해졌다.
속에서는 취업하러 왔다면서 왜 서류를 안내는거지? 지금이 놀러다닐 때인가? 교회는 왜 매일 가는거지? 등등 정말 수많은 물음표들이 생겨났다가 사라졌다. 친구에게 요즘은 어떻게 지내는지,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원하는 곳은 있는지 등을 물어보는데 아 정말 내가 사회초년생으로 첫 취업 준비를 했을 때 이런 느낌이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말만, 응원의 말만 해주고 싶었고 행여나 내가 일을 한다는 이유로 되도 않는 사회 선배랍시고 조언을 하는 행위를 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뭐라고 그 친구의 삶과 시간과 선택들에 관여를 하겠는가?
그럼에도 대화가 이어지며 재채기처럼 터져나오는 조금은 뾰족할 수 있을 질문들이 그 친구를 찔렀던 것 같아 마음이 울적하다.
친구도 나 이외에 어른들도 많이 만날 것이고, 사람들의 한 마디가 점점 쌓여 부담감으로 작용하거나 하진 않을까
너무 많은 격려처럼, 너무 많은 조언도 독이 되기에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와의 오늘 하루가 괜히 친구를 울적하게 만든 날이 되지는 않았을까 걱정이 든다.
나 또한 아직 많은 것을 모르고, 내가 선택했던 것들이 절대 정답이 아닌 어리숙한 것들의 집합일텐데
내가 느낀 사회와 친구가 느낀 사회가 전혀 다를텐데 나는 세대가 변해버린 것을 모르는 부모님의 무지한 참견과 같은 일을 벌인 것이 아닐까
이번 하반기에는 더욱 더 말의 무게를 알고, 스스로 경계하는 삶을 살 것이라고 다짐했는데
오늘 또 한 번 반성하게 되었다.
하지만 돌이켜봤을 때 나라는 사람은 목표 지향적이고, 뚜렷한 이유가 있는 것이 좋고, 원인과 결과가 확실하게 연결되어 어디서부터 와서 어디로 흘러가는지 아는 것이 좋은 사람이기에 흘러가듯이 사는 사람과 그저 안맞는 것은 아니었을지,
또 항상 무겁게 사는 나의 태도에서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법, 흘러가듯이 사는 법을 배우는 것 또한 내가 배워야 할 한 면이 아닐지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W.I.L(Weekly I Learned) > 모난 생각과 오늘의 짧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4 파리 올림픽 서핑종목 해설을 들으며 느낀 오늘의 영감, "너무 오래 닫혀 있어서 벽인 줄 알았는데 계속 기다렸더니 문이었더라" (0) | 2024.08.06 |
---|---|
양궁, 단 한 발의 점수로 승패가 가려지는 경기: 임시현-김우진 선수들의 심박수를 보며 느끼는 점 (0) | 2024.08.02 |
[Project One] 경제적 자유: 돈이 끊이지 않는 통장을 가지고 있을 때 나는 어떤 삶을 살까? (0) | 2024.02.24 |
[Project One] 2024 연간계획(2) 1년의 목표 by. 존잡생각 (2) | 2024.01.28 |
[Project One] 2024 연간계획(1) 올해의 한 문장 by. 존잡생각 (1) | 2024.01.28 |